오랜만에 별 딴 기념으로 포스팅 하나 해야겠다 싶어서 이글루스에 접속했다.
사실 원래 쓰려던 글이 따로 있었는데,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싸인이라는 드라마의 한 부분에 관한 글을 읽고 급 변경. 쓰려던 이야기는 다음에 써야겠다. 다음 글 제목은 "그래봐야 넌 세컨드야"
드라마 '싸인'에서 지훈(박신양)은 오래 사귄 애인인 우진(엄지원)에게 반지를 주며 청혼을 한다.
프로포즈를 들은 우진은 담담하게 결혼할 수 없다고 답한다. 지훈이 왜냐고 묻자, 우진은 지훈의 꿈인 법의관을 포기해달라고 한다. 법의관의 아내는 될 수 없다고. 지훈이 허탈해하며 여태껏 사귀는 내내, 왜 한번도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냐고 묻는다. 그러자 우진은 답한다. 포기하지 않을거라는 거 아니까.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남부 분원에 찾아온 우진에게 지훈은 말한다. 난 너처럼 아닌 척, 괜찮은 척 하다 뒤통수 치는 사람 싫어.
- 여자가 남자의 '뒷통수'를 칠 때 from La Dolce Vita
저 이야기의 우진과 같은 친구가 있었다. C라는 아이였는데, 이 아이와는 조금 재미있는 인연이었던게 블로그에서 만난 동네친구였다는 거다.
블로그질을 하다가 동네 사진을 올린 적이 있는데, 비공개 덧글이 하나 달렸다. 이거 어디 아니냐고 자기도 거기 산다고. 알고보니 나이까지 같은 정말 '동네 친구'였다. 아. 요즘은 왜 이렇게 동네 친구 하나가 귀한지.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친구의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는 충분히 될법한 사이였고, 집도 가깝고 하니 친해지기란 참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녀석은 귀여운 구석이 있어서, 나 몰래 직장에 찾아와서는 책상위에 몰래 캔커피 하나를 두고 간다거나 하는 소소한 이벤트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귀엽네.
아무튼 우리는 금새 친해지게 되었고,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C는 다소 고양이같은 부분이 있었고, 자꾸 도망가면서 내심 잡아주기를 바라는 그런 면이 있었다. 한 번, 두 번은 잡았지만, 세 번째는 잡지 않았고 그 사이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것은, 그녀가 나에게 말한 이별의 이유였다. 그녀는 이별의 이유로 나의 진로 즉, 직업을 들었다. 저 이야기의 우진 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나와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녀는 나의 직업이 무엇인가를 알고있었고, 연애를 하는 동안 한 번도 그것이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직업 때문에 헤어져야 겠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던거지. 이해가 되겠냐고. 물론 고소득 직종은 아니었지만. 아. 그래서 그랬나.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별에는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어제까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던 무언가가 갑자기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어제까지 미치도록 좋아했던 바로 그 부분 때문에 그를 미치도록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 아니겠나. 사람은 다들 변하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지금도 C를 생각하면 미안한게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그녀의 첫 경험을 비디오방 따위에서 경험하게 한 것. 아니 그런데, 난 정말 처음인줄 몰랐다고. 미리 말을 좀 하지. 그리고 두 번째는 그녀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처음 서로가 동네 친구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약속했던게 있는데, 서로의 졸업사진을 찾아보지 않기로 했었거든.
헤헤. 하지만 난 다 봤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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